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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度과 족足

안찬숙 2007.03.07 08:13 조회 수 : 358

차치리且置履라는 사람이 신발을 사러 가기 위하여 발의 크기를
본으로 떴습니다. 그 본을 탁度이라 합니다. 그러나 막상 시장에
갈 때는 깜박 잊고 탁을 집에 두고 갔습니다. 신발가게 앞에 와서야
탁을 집에다 두고 온 것을 깨닫고는 탁을 가지러 집으로 되돌아갔습니다.
탁을 가지고 다시 시장에 도착하였을 때는 이미 장이 파하고 난 뒤였습니다.
그 사연을 들은 사람들이 말했습니다.
"탁을 가지러 집까지 갈 필요가 어디 있소. 발로 신어보면 될 일이 아니요."
차치리가 대답했습니다.
"아무려면 발이 탁만큼 정확하겠습니까?"


주춧돌부터 집을 그리던 그 노인이
발로 신어보고 신발을 사는 사람이라면,
나는 탁을 가지러 집으로 가는
사람이었습니다.
탁度과 족足, 교실과 공장, 종이와 망치,
의상衣裳과 사람, 화폐와 물건,
임금과 노동력, 이론과 실천....,
이러한 것들이 뒤바뀌어 있는
우리들의 생각을 다시 한 번
돌이켜보게 하였습니다.

                                                           신   영   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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