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모음

비슷한 얼굴

안찬숙 2007.03.22 14:21 조회 수 : 408


함께 오래 살다보면
어느덧 비슷한 말투, 비슷한 욕심, 비슷한 얼굴을 가지게 됩니다.
자기가 다른 사람과 비슷하는 사실,
여럿 중의 하나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못마땅하게 여깁니다.
개인個人의 세기世起에 살고 있는 우리들의
당연한 생각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잊고 있는 것은 아무리 담장을 높이더라도
사람들은 서로가 서로의 일부가 되어
닮아가지 않을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그리하여 한 포기 미나리아재비나 보잘것없는 개똥벌레 한 마리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 '열린 사랑'을 갖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한 그루 나무가 되라고 한다면
나는 산봉우리의 낙락장송보다
수많은 나무들이 합창하는 숲속에 서고 싶습니다.
한 알의 물방울이 되라고 한다면
나는 바다를 선택하고 싶습니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나지막한 동네에서
비슷한 말투, 비슷한 욕심, 비슷한 얼굴을 가지고 싶습니다.

                                                                 신    영    복
CopyRight(c) 2002~ www.gichunmun.com Phone : 010-8480-44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