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무술 이야기

손씨 태극권 창시자 손록당의 태극권 수련체험기

수련경험과 태극.형의.팔괘 삼파의 공통된 핵심
손록당 (拳意述真 孙禄堂)

나는 어려서부터 권법을 수련해왔는데 여러 선생들이 “권법이 곧 도” 라고 말하는 것을 자주 들었으나 이 말을 의심하여 믿지 않았다. 수련이 암경 단계에 이르렀을 때 굳셈과 부드러움이 하나가 되고(강유합일), 동작이 영활하고 신묘해지며, 마음에 따라 자연스럽게 움직여졌으며, 다른 사람들의 경험과 비교해보니 각자 조금씩 차이가 있었다. 화경 단계까지 수련한 뒤에는 몸속에 느낌을 다른 사람들에게 얘기하면 조금 알고 있는 사람들도 제대로 다 이해하지는 못했고, 알지 못하는 사람들(실력이 낮은)은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나의 경험을 글로 써서 다른 수련자들에게 널리 알리고자 한다. 만약 이런 경험을 한 사람이 있다면 서로의 경험을 비교 연구해보면 올바른 수련방법을 찾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내가 화경 단계에서 수련을 할 때 느낀 경험은, 날마다 한 동작을 연습하여 정지 자세에 이르렀을 때 바르게 서서 마음과 기가 집중되면 아래쪽 해저(회음혈, 생식기 뒤쪽)에서 어떤 물체 같은 것이 움직이는 것을 매번 느꼈다. 처음에는 그런 현상에 대해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어떤 때는 움직이는 것을 느낄 때도 있고, 어떤 때는 움직이지 않는 때도 있었다. 오래 수련을 하니까 아주 오랫동안 움직일 때도 있었고, 어떤 때는 움직임이 없을 때도 있었다. 정지 동작을 계속하여 오랫동안 연습하니 마음이 집중이 되면 누설하고 싶은 느낌이 일어났다. 선도 수련서에 나와 있는 좌공 수련에 관한 설명 가운데 진양이 발동하면 채취한다는 말이 생각났는데, 그것은 정중동 현상으로서 정좌를 수련하는 사람은 대부분 알고 있는 내용이며, 고요함 가운데서 움직임을 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권법을 수련하고 있고, 권법은 움직임 가운데 고요함을 구하는 것인데, 선도 수련서에 적혀 있는 구절을 적용해도 될는지 알 수가 없었다. 또한 권경에 “어떤 곳에서든지 굳게 수련을 계속하고 쉽게 바꾸지 말라(处处行持不可移)”는 말이 생각나서 날마다 쉬지 않고 수련을 꾸준히 하였다.

그 뒤에도 하나의 정지자세를 연습할 때면 온몸이 텅빈 느낌이 나타나고, 진양이 발동하여 누설되려는 느낌도 일어났다. 이러한 상태는 유화양 선생이 “다시 진원(진기)을 느끼는 것이다. 이것을 느꼈을 때는 몸을 조금이라도 움직여서는 결코 안된다. 움직이면 곧 누설하고 만다.” 라고 말한 것과 똑같은 현상이었다. 속으로 생각하기를 그렇다면 권술을 사용하여 다스려야겠다고 생각하였다. 마음을 가볍게 비우고 아래로 가라앉혀 단전에 집중하였으며, 한편으로는 마음을 가볍게 곡도(항문)에 집중하면서 항문을 당겨올리고 온 정신을 집중하여 권법을 수련할 때와 같이 하였다. 일반적으로 마음을 단전에 모으고 있으면 양이 곧 수축하고, 움직이던 것은 위로 올라가 단전으로 들어간다. 이때 온몸이 따뜻하고 편안해진다. 당시에는 아직 단약을 채취하여 돌리는 법을 몰랐는데, 단전 속에서 두 가지 물건이 서로 싸우고 있는 것 같았으며, 4~5시간이 지나자 비로소 점차 편안해졌다. 마음을 움직이지 않는 이치는 권술을 연습할 때는 호흡을 단전에 두고, 권술을 연습하지 않을 때는 호흡을 의식하고는 있지만 단전의 진기를 방해하지 않고 단전에 마음을 집중하지도 않는 상태를 늘 유지하는 것이다. 장자가 말한 “진인은 발꿈치로 숨쉰다”는 말은 대략 이런 뜻이다. 의식적으로 숨쉬지 않고 자연스럽게 놓아두기 때문에 불이 꺼지고, 이런 움직이는 것이 잘 조절이 되어 온몸에 두루 통하는 것이다. 이후에는 전과 같이 운용하여, 한편으로는 단전으로 끌어올리고 한편으로는 권술을 연습하니 몸의 안팎이 모두 하나의 기가 되어 천천히 느긋하고 여유있게 연습을 하여 조금이라도 고요하고 평온하지 않은 곳이 없도록 하였다. 동작을 수련할 때는 팔다리의 기가 잘 통하고, 끊어지지 않고 잘 이어지며 텅빈 듯 하며, 전에 정지자세를 수련할 때와 느낌이 똑같았다. 또한 한번 수련했을 때 움직이지 않는 때도 있었고, 두 번 수련했을 때 움직이지 않는 때도 있었다. 그 뒤로도 움직일 때가 있었는데, 그때는 다시 단전으로 끌어올렸다. 그리고 마음으로 단전의 기를 미려(꼬리뼈)에서 협척(등뼈)을 거쳐, 옥침(뒤꼭지), 정수리로 올렸다가 하단전으로 내리는 식으로 정좌공부와 똑같은 방법으로 돌렸다. 어떤 때는 2~3번 돌리면 움직이지 않는 때도 있었고, 어떤 때는 3~4번 돌리면 움직이지 않는 때도 있었다. 기를 돌리는 것과 동작을 수련하는 것이 익숙해지는 것이 똑같았다. 이후에는 수련하지 않고 앉아있을 때나 서있을 때, 또는 걸어갈 때 속으로 권술을 수련할 때처럼 호흡을 하면 기가 돌았다. 이후에는 심지어는 깊이 잠들었다가도 몸속에서 문득 움직임이 있으면 깨어나서 권법 호흡을 하여 기를 돌렸다. 이후에는 깊이 잠들었을 때 몸속에서 움직임은 없는데 안팎이 홀연히 사라진 것 같고, 온몸이 따뜻하고 편안하며, 마치 목욕을 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잠을 잘 때도 이러한 현상이 있었는데, 꿈속에서도 마음으로 호흡을 하면서 기를 돌릴 수 있었다. 잠에서 깬 뒤에 꿈속에서 호흡하면서 기를 돌렸음을 알 수가 있었다.

저녁에 권술을 수련한 뒤에 깊이 잠들었을 때는 몸속에서 움직임이 없었다. 뒤에는 깊이 잠들었을 때 안팎이 홀연히 사라진 것 같은 때가 있었고, 낮에 움직이거나 앉아있을 때 팔다리가 텅빈 듯 느껴지는 때가 있었는데, 그때는 기분이 매우 상쾌하고 시원했다. 저녁에 권술을 연습하고 밤에 깊이 잠들었을 때마다 몸이 사라지는 느낌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았다. 저녁에 권술을 연습하지 않고 잠들었을 때는 몸이 사라지는 느낌이 일어나는 경우가 비교적 드물었다. 그뒤 선도 수련서에서 기가 사라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들을 적어놓은 것을 보고 잘 지켜서 수련하였다. 내외의 정황을 잘 관찰하고 인간사(성교?)를 최소한으로 줄이니, 백병이 없어지고 정신이 맑아졌다. 이후에는 정좌를 해도 이와 같았고, 권술을 연습해도 이와 똑같았다. 여기에 이르러 비로소 권술과 단도가 하나의 이치로 서로 통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기까지가 나의 권술연습 체험담이며, 내몸 안팎으로 느낀 경험담으로서, 이것을 기록하여 같은 길을 가는 동지들에게 알리고자 한다.

권술을 연허합도(练虚合道)의 경지까지 연습하면, 내기(진의)가 지극히 허무한 경지에 이를 수 있다. 움직이지 않을 때는 마음이 고요하고 텅비어 허무하여 전혀 움직임이 없고, 홀연히 뜻밖의 일이 일어나면 보고 듣지 않고서도 능히 알아차리고 피할 수 있다. 중용에서 “마음이 도에 지극히 하면 미리 알 수 있다(至诚之道可以前知)”는 말은 바로 이런 뜻이다. 태극, 형의, 팔괘의 삼파 권술 가운데서 도에 지극히 하는 경지에 이른 사람은 내가 알고 있기로는 단지 네 사람뿐이다. 형의권의 이낙능 선생, 팔괘장의 동해천 선생, 태극권의 양노선 선생, 무우양 선생이다. 네 분의 선생은 모두 보고 듣지 않고서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밖의 다른 선생들은 모두 보고 듣고서야 알아차릴 수 있을 뿐이다. 만약 뜻밖의 일이 생기면 눈으로 보고 들어야만 피할 수 있다. 공부가 허무한 경지에는 이르렀지만 지극히 허무한 경지에까지 들어가지 못하면, 보고 듣지 않고 알아차릴 수가 없다. 소림파나 기타 문파의 무술을 수련한 사람들 가운데도 이런 경지에 도달한 사람이 있다고 들었지만 자세한 성씨를 알지 못하여 기록하지 않는다.





출처 - 해인수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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